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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2020년 12월 11일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다.

by ♡이뚜♡ 2020. 12. 13.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전화를 받았다.

동네병원에서는 어머니의 상태를 보시고 큰병원에 가라며 소견서를 써준 상태였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기존에 치료를 받으셨던 병원으로 바로 진료를 볼 수 있게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접수를 하고 안에 들어가기전 응급실 옆 격리실로 안내를 받고 격리실에서 x-rqy와 코로나 검사를 했다.

 

이후 미열이 있으신 상태였는지 열있는 환자들만 모여있는 응급실안 한쪽 병동으로 배정을 받았다.

한참후 진료하러 온 의사는 '여기 열방인데 왜 여기로 오셨지?' 라며 진료를 하고 갔다.

 

건너 침상에 있는 환자는 가래를 뱉고 있다. 좀 찜찜하긴 했지만 역시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건너 침상에 있는 가래 뱉던 환자는 남편이 보호자로 왔고 와이프가 환자였다.

그 환자를 진료하러 의사가 오니 그 환자가 말하기를 자기는 집에서 자가격리중이란다.

의사가 왜 자가격리중이냐고 물어보니 '혹시 모르니 애들한테도 옮을까봐 화장실 있는 안방에서 혼자 자가격리중이란다.' 본인은 자기가 코로나일수도 있다고 예상을 하는 눈치였다.

 

그러면 응급실이 아니라 선별검사소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응급실 입구에 코로나 검사소도 같이 있던데...

 

의사가 그 환자에게 말하기를 폐렴이란다. 일반 폐렴일수도 있다며 안심을 시키는 눈치였다. 

 

밤에 늦게 잠을 잔 나는 어머니 침대 옆 의자에서 앉아 있다가 깜빡 잠이 든 상태였다.

갑자기 응급실이 웅성웅성 하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이곳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안내하는 간호사를 볼 수 있었다.

그러더니 병실 입구에는 보안요원이 와서 입구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게 뭔상황인지? 잠이 덜깬 나는 어리둥절했다. 건너 침상에 있던 폐렴환자는 침대째 없어지고 보이지 않았다.

건너 침상에 있던 환자가 코로나 환자로 확진 받은거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솔직히 이때 보안요원이 문앞에 서서 사람들 못나가게 하는거보고 2시간정도는 재미있었다.

영화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도 들고 금방 끝날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3시간정도 지나니 '아....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하며 짜증도 나고 슬슬 현실감이 생겼다.

 

그 코로나 환자가 그 병실에서 머문 시간은 9시간 정도이며 현재 9시간동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 전부 cctv를 보며 동선 파악중이라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려면 시간이 걸린단다.

 

그건 그거고 이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확정이 되었으니 검사를 하던? 집에 가서 자가격리를 하던 안내를 해달라고 해도, 간호사는 기다리라고만 한다.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이 안됐다고.

 

5-6시간이 흘렀을까...여기 있는 보호자를 포함한 환자들은 자가격리 대상자이며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고 집에 가있으면 보건소에서 연락을 준단다.

 

약 12시간동안 마스크를 못내려서 식사는 물론 물한모금 못마시고 있으니 예민한 상태인데 자가격리까지 하라고 하니 화가 났다. 당장 내일 부터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나로인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다. 답답하다.

물론 어머니는 몸까지 아프신 상태여서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병원에 나하고 같이 와서 나에게 피해를 주신것 같아 미안해 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신다.

물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쉬면서 그동안 못해본거 하면 된다고...

 

어머니는 평소같았으면 입원을 하여서 다른 검사를 진행해야 하나 현재 병실이 충분치 않고 상태가 약으로도 조절 될것 같다며 퇴원하시고 자가격리 끝난후 외래로 방문하여 검사를 하자고 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얼른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이 되어 병원비도 비대면인 전화로 카드번호를 확인하며 진행을 하였고 집에는 자차를 타고 곧바로 집으로 갈 것으로 안내를 받고 퇴원을 위한 모든 과정이 마치자 보호장구를 착용한 직원이 문앞에 오더니 나가는 방향을 멀찌감치서 안내해준다.

우리가 가는길에 보호장구를 한 다른 여직원이 오니 옆으로 들어가라며 큰소리로 외친다.

 

하.....이해는 가기도 하지만 상황이 웃기다. 그 건너편 환자때문에 완전 전염병자 취급 받는 이순간이 화가 난다.

 

혹시나 이 글을 건너편 환자가 본다면 반성해라. 본인은 코로나 임을 짐작하였음에도 응급실을 들어온것에 대하여 너무 이기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의심이 되면 코로나 선별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는것이 먼저가 아닌가! 물론 아파서 왔겠지만.....그래도!!

응급실 앞에 환자분류소는 뭐하는곳인지? 증상 같은거 다 설문조사 하던데.... 

 

이틀이 지난 오늘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와도 잠복기간이 있기때문에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단다.

 

사는 지역이 병원 근처가 아니어서 주거지역으로 이관시킨다고 하더니 전화를 끊고 몇시간 후 주거지역 관할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내용은 대략 자가격리 잘하고 선별진료소 문의후에 검사 받으란다.
한참뒤엔 전화도 왔다. 자가 격리 주의할점과 검사 안내, 구호물품 안내등을 받았다.

 

하...우리회사에서 내가 자가격리 대상자1호가 되다니......

 

아무튼 화가 나는 상황이긴 한데 항상 그렇듯 잘 헤쳐나가야 한다.

지금 내가 이 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아야 한다.

 

처음으로는 그동안 읽으려고 해도 내용이 생소하여 잘 안 읽히던 책 1권을 다 읽었다.

 

이 위기를 기회삼아 한단계 발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스템을 정비, 추가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내일 검사 받으면 당연히 음성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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